몸단장을 마친 나는 곧장 응접실로 내려갔다.
미완성한 보고서와 연구 일지, 마법진이 그려진 화지를 가지고 방에 들어서니 대학 마탑의 정교수인 로일렌이 보였다.
공국에서 유행하는 세련된 복식(하비드가 늘 입고 다니는 테일 코트와 비슷한 것으로, 보통 정장이라고 부른다)을 입은 로일렌이 테이블 앞에 앉아 엘프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.
순간 엘프가 사고를 치는 게 아닐까 싶어 심장이 철렁했지만,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자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.
내가 슬금슬금 다가가니 로일렌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밝은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. 훤칠한 얼굴에서 건강한 중년미가 느껴졌다.
“테오라드 자작님이시군요. 예정보다 일찍 찾아뵈어 결례를 범했습니다.”
“저야말로 응대가 늦어 죄송합니다. 제 노예가 혹여 불편을 끼치진 않았는지요.”
“불편? 아하하. 농담이 심하십니다.”
로일렌이 엘프를 돌아보았다. 평소와는 다르게 엘프는 공손함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, 정갈한 자태가 마치 잘 교육받은 메이드를 연상케 만들었다.
“부끄럽지만 이 노예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. 노예가 말하기를 생체 파동을 마법적인 호흡과 연관시키면 영창의 단순화가 가능하다는데,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서라도 발상이 무척이나 기발합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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